낯설지만 자유롭게… 재즈가 된 ’21세기 쇼팽’ 들려드릴게요 2018.7.3.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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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자유롭게… 재즈가 된 ’21세기 쇼팽’ 들려드릴게요 2018.7.3. 조선일보

조선일보 / 양승주 기자

美버클리음대 동문 고희안·신현필
피아노·색소폰으로 쇼팽 재해석 11곡 담은 ‘디어 쇼팽’ 음반 내놔

처음 들을 때 조금은 당황스러울지 모른다. 최근 재즈 피아니스트 고희안(42)과 색소포니스트 신현필(39)이 듀오를 이뤄 내놓은 앨범 ‘디어 쇼팽(Dear Chopin)’에 수록된 ‘녹턴(야상곡)’에는 친숙한 쇼팽은 거의 없다. 자유분방한 스윙 리듬 위에 고희안의 피아노와 신현필의 색소폰이 새로운 합을 만들어간다. 익숙한 멜로디는 언뜻언뜻 귀에 스칠 뿐이다.

“쇼팽 곡인지 말 안 하면 모를 수도 있겠다”고 했더니,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고희안과 신현필은 “그렇다면 우리 의도가 통한 셈”이라며 웃었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가였던 쇼팽이 2018년에 산다면 어땠을지 상상했다”고 했다. “원곡의 기본 흐름은 따르되 화성과 리듬에 다양한 변화를 줬어요. ‘이게 쇼팽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해요.”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고희안(왼쪽)과 신현필은 인터뷰 내내 서로의 대답에 말을 보태거나 맞장구쳤다. 자유분방한 스윙 리듬 위에서 조화를 이루는 각자의 악기를 똑 닮았다. /장련성 객원기자

애초에 쇼팽을 택한 과정도 즉흥적이었다. ‘클래식 곡을 재즈로 풀어보자’는 틀만 정하고, 각자의 악기를 잘 표현하는 동시에 서로와 잘 어우러질 곡을 찾느라 족히 수천 곡은 맞춰봤다. “곡 목록을 만들다 보니 유난히 쇼팽 곡이 많았고, ‘이럴 바에는 아예 쇼팽 앨범을 만들자’는 결론이 나온 거죠.” 앨범에 수록된 11곡 역시 미리 정한 것이 아니라, 편곡 과정에서 피아노와 색소폰의 궁합이 좋았던 것들을 추렸다.

두 사람은 척박한 국내 재즈 무대에서 오래, 그리고 왕성히 활동해온 연주자다. 고희안은 2000년대 중반부터 밴드 ‘프렐류드’와 ‘고희안 트리오’를 이끌며 10여 년간 10장 넘는 앨범을 냈고, 매해 정규 공연을 하고 있다. 신현필 역시 비슷한 기간 재즈뿐 아니라 레게·일렉트로닉·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과 함께 국내외 무대에 꾸준히 서 왔다. 이들은 “여전히 ‘재즈는 어렵다’는 편견이 너무 많다”고 했다. “여자 보컬이 노래하고 뒤엔 반주 세션이 있는 전형적 재즈 아니면 낯설어해요. 알고 보면 정해진 틀 없이 자신만의 감정과 해석을 넣어 들으면 되는 장르인데 말이죠.”

국내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 버클리음대에 들어갔고, 재즈와 클래식을 모두 공부했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점. 계기는 전혀 달랐다. 고희안은 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음악과는 담쌓은 모범생이었다. 뒤늦게 재즈에 눈떠 고려대를 중퇴하고 버클리에 갔다. 반면 신현필은 음악 학원 하는 어머니 밑에서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 국내 대학에서 작곡과와 실용음악과를 거치다 답을 찾아 버클리로 떠났다. 미국에서도 종종 함께 연주했던 이들은 고희안이 2005년 한국에 돌아와 데뷔 앨범을 내고, 이후 신현필도 한국에 오면서 더 자주 만나게 됐다. 둘은 “음악적 성향이나 가치관이 워낙 비슷해 처음부터 잘 맞았다. 앨범을 낸 것도 실은 서로 더 자주 보기 위한 핑계를 만들다 벌인 일”이라고 했다.

이번 앨범의 첫 쇼케이스는 지난 9일 아이슬란드의 작은 항구 마을 세이디스피요르드의 교회에서 열었다. 지난 4월부터 이곳에 머무르던 신현필의 제안이었다. “아이슬란드는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나라예요. 600명 사는 마을의 교회에 1억원 넘는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있어요. 공연엔 어린아이와 노인만 빼고 거의 전 주민이 몰려들어 저희의 연주를 감상했죠.” 앞으로 두 사람의 계획은 “피아노와 관객들이 앉을 공간만 있다면 어디든 가서 우리 음악을 들려주는 것”. 이들은 6일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3/2018070300116.html